2020년 10월17일
허보윤(Her, Boyoon)
abstract 이 연구는 한국의 ‘현대공예’가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성립된 하나의 장르임을, 또한 그‘현대공예’가 고등교육을 통해 1960년대에 시작되었음을 전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방 후 대학이라는 체제 아래에서 초창기 현대공예 교육이 어떠한 배경을 가지고 성립하였으며, 어떤 성격을 가진 것으로 구성되었는지를 살핀다. 특히 선구적인 역할을 한 서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의 현대공예 교육 성립과정을 추적하고, 서라벌예술대학과 국민대학교의 상황을 간략히 일별한다. 이대의 자수전공을 시작으로 한국의 공예·디자인교육이 출발했고, 이후 1950년대 말과 60년대 초를 거치며 이대의 황종구를 중심으로 한 도자 교육, 서울대의 권순형을 기점으로 한 도자 교육, 그리고 유강열과 원대정이 이끈 홍대의 공예 교육이 ‘현대공예’ 교육의 성격을 띠고 시작된다. 이렇듯 다른 대학의 모델이 되었던 주요 대학의 학과와 전공의 변천사를 추적하여 현대공예 교육의 성격을 추출하고자 하였다. 일제 강점기에 번역·수입된 ‘미술공예’에서 분화한 현대공예는, 미술공예와는 다른 성격의 분야로 성립된다. 1950년대까지는 미술공예의 장르적으로 미분화된 성격이 대학교육에 반영되었으나, 1960년대부터 대학의 공예교육은 제작 실습으로 특화된 공예라는 전문 분야를 가르치는 일로 서서히 자리하게된다. 한편, 현대공예 교육자들의 자의식은 엘리트 예술인이 아닌 순수미술 작가로서 심화되었고, 이제 미술공예 시대처럼 ‘밖’으로 내보이기 위한 일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적 서구 문화를 선구적으로 이르게 흡수하여 ‘안’을 향해 발산하는 우월한 현대인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다. 이를 위한 타자로서 과거와 전통이 소환되고, 타자와의 구별, 즉 전통성의 배제를 통해 현대적인 주체가 되고자하였다. 이러한 초창기 현대공예 교육의 특성은 이후 공예에 관한 무한반복의 논쟁을 낳는 시발점이 되었다.